드라마 × 공간

〈오늘도 사랑스럽개〉 – Ep.06 교실,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 곳

view0920-1 2025. 7. 13. 22:36

‘학교’는 끝났는데 ‘감정’은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말랑한 제목과는 달리 꽤 묵직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해나는 키스하면 개로 변한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저주에 걸려 있는데, 주인공 해나는 이러한 저주로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무언가를 숨기게 되고 진짜 감정을 말하기보다 ‘그냥 웃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상징한다.
그 시작은 교실이다.
누군가에게 무심한 말 한 마디, 이유 없이 당한 소외 혹은 감정을 고백하고 돌아온 침묵의 순간들이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 아직도 남아 있다. 20대가 된 지금, 학교는 물리적으로는 멀어졌지만 감정적으로는 완전히 졸업하지 못한 공간이다. 누군가 다가오면 한 발 물러서게 되고 사소한 친절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건 과거에 겪은 작은 상처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그런 마음을 굉장히 귀엽고 가볍게 포장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감정은 꽤 진지하다. 교실이라는 공간은 지금도 누군가의 감정을 여전히 움츠리게 만드는 상징이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드라마 속 해나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게 두렵다. 스치듯 안심하게 하다가도 진짜 마음을 주려 하면 어느 순간 스스로를 멀리 두게 된다.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 자기방어가 먼저 켜지는 이 감정은 요즘 20대에게 너무 익숙한 감정이 아닐까?

이 드라마에서 해나는 교사로 직업이 설정되어있는데 성인이 되었고, 직장도 있고, 일도 하지만 감정의 동선은 여전히 그 교실 안에 머물러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감정도 성숙해지는 건 아니니까. 20대는 분명 어른으로 불리지만 관계 안에서는 여전히 불안하고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무서울 만큼 복잡해진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이 불안을 너무 무겁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귀엽게, 하지만 정확하게 찔러준다.
“네가 지금 회피하고 있는 감정, 혹시 누가 먼저 그랬던 탓은 아니었니?” 그 질문 하나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귓가에 맴돈다.

 

 

교실이라는 공간, ‘관계의 리셋’이 불가능했던 장소

주인공들에게 교실은 단순히 배움의 공간이 아니다. 여기서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시작되고 오해가 생기면 다음 날 바로 복구되지 않고, 고백이 실패하면 남은 시간 내내 ‘눈 마주치지 않기 게임’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교실은 ‘감정의 리셋’이 불가능했던 공간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도 그렇다. 연애는 더 가볍고 빠르게 시작되지만 진짜 마음이 오가는 관계는 오히려 더 드물어졌다.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않는 척, 사라져도 신경 쓰지 않는 척.
하지만 그런 척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진짜 원하는 감정’이 뭔지도 헷갈리게 된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그 교실의 문을 다시 열어보게 만든다.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이 여전히 그 책상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걸 꺼내야만 지금의 내가 조금은 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안전한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해나가 유일하게 안심하고 감정을 풀 수 있는 공간은 ‘집’이다. 개로 변한 자신을 감출 수 있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숨을 돌릴 수 있다. 그 모습은 요즘 우리가 느끼는 관계의 피로감을 그대로 반영한다. 연애는 하고 싶지만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늘 따라온다. 요즘 우리는 감정을 내놓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툭 던진 말 한 마디에도 상처받고, 읽씹 하나에도 심장이 내려앉는 시대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안전한 관계’를 원한다. 무례하지 않고, 다정하고,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거리의 연애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결국 혼자서만 감정을 짊어지게 된다.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누군가와 함께여도 편안하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감정은 끝까지 숨기지 않아야 진짜 나를 지킬 수 있다

결국 해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이렇게 누군가를 피하고 있을까?
왜 감정을 고백하는 순간이 되면 자꾸 엉뚱한 행동을 하게 될까?
이 질문은 지금 많은 20대가 마음속에 꾹 눌러둔 질문이기도 하다.
SNS에서는 쉽게 마음을 나누지만 정작 진짜 사람 앞에서는 ‘좋아한다’는 말을 끝까지 삼켜버리는 그 마음.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그 말 못 한 마음을 아주 귀엽게 꺼내준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게 보이지만 한편으론 꽤 뼈 있는 위로를 건넨다. 숨긴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감추면 결국 그 감정은 내가 나를 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감정은 ‘안전하게 숨길 공간’보다 ‘안심하고 드러낼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살려야 한다. 드라마는 마지막에 그 말을 남긴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사랑을 감추는 능력이 아니라,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용기라는 걸.

&lt;오늘도 사랑스럽개&gt; 강아지로 변하는 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