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공간

<워터보이즈> – 젖은 무대, 울리는 브라스, 그리고 우리들의 여름

view0920-1 2025. 7. 22. 18:09

비웃음 속에서 시작된 도전, ‘워터보이즈’의 특별함

일본 드라마 ‘워터보이즈(Water Boys)’는 2001년 영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시작된 시리즈로, 남고생들이 남성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아티스틱 스위밍)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워터보이즈'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시작부터 냉혹하다. 남자 고등학생이 ‘수영장에서 춤을 춘다’는 설정 자체가 주변의 조롱거리가 되고, 교사와 학부모조차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는 선택을 향한 도전, 그리고 그 과정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내는 이 드라마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특히 ‘워터보이즈’는 단순한 성장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무대’로서의 수영장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 감정을 증폭시키는 브라스밴드 음악이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감각의 청춘물이다. 이 드라마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수영장 위에서 펼쳐지는 군무, 그리고 그 장면을 채우는 경쾌하고도 진지한 사운드가 시청자 스스로 감정을 느끼도록 이끈다. 웃음 속에 진심이 있고, 유쾌함 뒤에 용기가 있으며, 그 안에는 수많은 10대들의 현실적인 불안과 열망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워터보이즈’는 청춘을 가장 청춘답게, 동시에 가장 현실적으로 담아낸 드라마로 기억된다.

 

 

 

수영장 – 비웃음이 시작되던 공간이 무대가 되기까지

‘워터보이즈’의 가장 핵심적인 무대는 당연히 수영장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수영장은 단순한 체육 시설이 아니라,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는 상징적 공간이다. 처음 이 공간은 조용하고 인기 없는 장소였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고, 방치된 채로 여름이 지나면 문을 닫는 시설. 그러나 주인공들이 싱크로나이즈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 공간은 점점 변해간다. 연습 장면이 반복될수록 수영장은 더 이상 조용한 배경이 아니라, 젖은 몸과 소리를 담는 하나의 무대가 된다. 특히 드라마 후반부, 수십 명이 함께 물 속에서 군무를 펼치는 장면은 관객 없이도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이다. 이는 단지 기술적인 퍼포먼스 때문이 아니라, 그 무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비웃음, 그리고 이를 이겨낸 우정이 축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은 사람을 감싸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인물들은, 시청자에게 협력의 힘, 꿈을 향한 도전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또한 수영장이라는 공간은 관객과의 물리적 거리감을 만들어내면서도, 동시에 감정의 깊이를 더해주는 입체적인 무대로 작동한다. 이처럼 ‘워터보이즈’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청춘의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펼쳐 보이며, 공간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는 요소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워터보이즈’의 가장 핵심적인 무대인 수영장

 

청춘의 사운드트랙, 브라스밴드가 만든 감정의 파도

‘워터보이즈’에서 음악은 단순한 BGM 이상의 존재감을 가진다. 드라마 곳곳에 흐르는 브라스밴드 중심의 음악은 힘 있고 경쾌하다. 트럼펫, 트럼본, 색소폰의 조화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설렘과 긴장, 열정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특히 훈련 중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브라스 사운드가 흐르는 장면에서는 이상하게도 좌절감보다는 유쾌함이 느껴진다. 그 음악이 청춘의 진지함을 가볍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과도한 무게감을 제거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단원들이 처음으로 수영장 한가운데서 시범 동작을 맞추고, 음악에 몸을 맡기는 장면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기 시작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또한 주요 장면에서는 브라스 밴드 외에도 피아노와 현악기 중심의 서정적인 음악이 삽입되며,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조절한다. 이를 통해 ‘워터보이즈’는 청춘 드라마에서 음악이 어떻게 캐릭터의 성장을 서사 없이도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브라스라는 장르 자체가 가지는 특유의 직진하는 에너지와 불완전한 조화는 이 드라마의 주제와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에서 들려오는 브라스 연주는 마치 관객에게 “너도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의 ‘에너지’라는 점에서, ‘워터보이즈’는 음악 활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힐 수 있다.

 

 

 

수영장과 브라스, 그리고 ‘우정’이라는 가장 강한 메시지

‘워터보이즈’는 한 줄로 요약하면 ‘남고생들이 수영장에서 공연을 준비한다’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복합적인 정서가 녹아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꿈을 향한 도전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누가 옆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더 많은 무게를 둔다. 수영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브라스밴드라는 감정의 매개체, 그리고 친구라는 존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수영장은 청춘이 흔들리는 무대고, 음악은 그것을 추스르는 박자이며, 친구는 그 모든 것을 함께 통과하는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워터보이즈’는 시청자에게 화려한 기술이나 극적인 반전을 주진 않는다. 대신 그 누구나 겪었을 법한 불안함, 주저함, 그리고 결국 뛰어드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단지 대사가 아니라, 수영장의 잔물결과 브라스의 울림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이처럼 ‘워터보이즈’는 공간과 음악, 감정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드라마다. 형식은 가볍고 유쾌하지만, 끝에 가면 묵직한 감정이 남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며, 청춘 드라마의 교과서로 꼽힌다. ‘드라마 속 음악과 공간 산책’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로 ‘워터보이즈’를 다룬 이유는, 이 드라마가 공간과 음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이 탁월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