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공간

‘내 이름은 김삼순’ 속 남산 레스토랑, 지금 가면 뭐가 있을까?(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1)

view0920-1 2025. 6. 26. 12:55

'내 이름은 김삼순' 속 서울은 감성의 타임캡슐이었다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당시 서울의 도시 문화와 공간 분위기를 아주 선명하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 드라마의 배경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단연 ‘보나페티’라는 이름의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극 중 주인공 현진헌(현빈 분)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등장했으며, 김삼순(김선아 분)의 직장이자 두 사람의 감정이 부딪히는 주요 무대였다. 드라마가 흥행하면서 이 레스토랑도 실제 촬영지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팬들이 몰려들며 일종의 성지로 떠올랐다. 그런데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그 장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 공간인 남산은 어떻게 변화해 왔고, 그 속에서 이 드라마 촬영지는 어떤 흐름을 따라갔을까? 이번 글에서는 '내 이름은 김삼순' 속 레스토랑이 있던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서울 도시공간의 문화적 층위를 되짚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떤 여행과 감성적 체험을 할 수 있을지도 함께 탐색해보려 한다.

 

‘보나페티’의 실제 장소는 어디였을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레스토랑 '보나페티'는 사실 서울 남산 인근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 부지 내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촬영되었다. 공식적으로는 호텔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지만, 촬영을 위해 외부 공간과 세트를 일부 재구성하여 사용하였다. 당시만 해도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라는 콘셉트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낯선 시도였고, 서울 도심에 그러한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세련됨’과 ‘트렌드’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 결과, 방영 직후 해당 호텔 인근은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가 되었고, 남산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삼순이와 진헌의 명장면을 찾는 이들로 붐볐다. 그러나 이후 드라마 인기가 잦아들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며 그 공간은 점점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보나페티’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은 존재하지 않고, 해당 공간은 다른 식음업장이나 행사 공간으로 대체된 상태다. 하지만 장소 자체가 갖는 역사성과 기억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다. 호텔 측에서도 한때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했으나, 지금은 드라마를 모르는 세대도 많아 그 흔적은 자연스레 사라져가고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요 배경지였던 남산

남산 공간은 어떻게 달라졌나?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의 남산은 지금과 비교하면 훨씬 더 ‘고요하고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한 주변 산책로, 케이블카, 팔각정 등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지금보다 떨어져 있었다. 그에 비해 오늘날의 남산은 서울시가 추진한 도시재생과 관광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크게 변화했다. 과거보다 버스와 도보 접근이 훨씬 쉬워졌고, 남산타워 주변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안내 시설과 문화공간이 확장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남산 북측 순환도로 일부가 폐쇄되며 보행 친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는 단순한 도시 기능 변화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가 ‘경관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던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 서울의 언덕’이라는 설정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서울 전역에 감성적인 카페나 다이닝 공간이 넘쳐나고, 남산의 독점적 위치성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남산이라는 장소가 갖는 정서적 가치, 그리고 드라마 속 공간으로서의 감성은 지금도 여운을 남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속 서울을 걷는다는 것의 의미 

‘내 이름은 김삼순’의 레스토랑은 사라졌지만, 그 장소가 남긴 정서와 기억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그 공간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곳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는 점이다. 남산이라는 도시는 이제 관광지이자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 드라마를 본 세대에게는 여전히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장소로 남아 있다.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 감정을 따라 걷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산은 지금도 여전히 걷고 느낄 만한 공간이 된다. 드라마 속 레스토랑은 없지만, 그 시절의 감성을 떠올릴 수 있는 산책길과 전망대, 조용한 벤치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콘텐츠를 통해 남겨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드라마 속 공간을 다시 걸으며 지금의 서울을 다시 바라보는 일, 그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기억과 감성의 재발견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