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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④<펜트하우스> – 높이 올라갈수록 무너지는 인간성의 구조

공간은 계급을 숨기지 않는다'단순한 막장드라마다'와 '숨겨진 계급 서사와 인간 심리의 구조를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이다'라는 극과 극 평가를 받고 있는 드라마. 이 드라마가 자극적인 막장을 넘어 숨겨진 계급 서사와 인간 심리의 구조를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이라고 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공간의 수직적 구조이다. ‘헤라팰리스’라는 100층 초고층 아파트는 단지 고급 주거 공간이 아니라, 명확한 계급 피라미드의 상징물로 설정되어 있다. 드라마는 공간의 물리적 높이와 인물의 사회적 지위, 심리 상태를 치밀하게 일치시키며 시청자에게 시각적으로 계급 갈등과 욕망의 밀도를 전달한다.드라마의 첫 장면부터 시청자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죽음’을 목격한다. 이는 단지 쇼킹한 장면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폭력성과 권력의 ..

드라마 × 공간 2025.07.01

[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③<응답하라 1988> – 골목과 대문, 공동체를 품은 기억의 공간

따뜻했던 기억은 언제나 ‘공간’에서 시작된다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있다면 그 속에 깃든 공기, 소리, 색감, 냄새 같은 것들이 감정을 먼저 자극한다.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공간의 힘 덕분이었다. 쌍문동 골목길과 집 앞 대문, 그 앞에 놓인 작은 평상과 담벼락은 단순한 드라마 세트가 아니라 감정을 저장하고 관계를 잇는 ‘기억의 장치’였다. 특히 이 드라마는 특정 인물의 서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세대의 정서를 포용한 점에서 공간이 전달하는 감정의 폭도 그만큼 넓었다. 아이들의 우정, 부모들의 고단함, 형제간의 갈등, 그리고 이웃 간의 정은 모두 골목이라는 공유된 공간 안에서 켜켜이 쌓였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한때 우리가 살았던, 혹은 살..

드라마 × 공간 2025.07.01

[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②<더 글로리> – 교실과 계단, 상처 위에 세운 복수의 무대

복수는 기억이 머무는 공간에서 시작된다사람에게 공간은 기억을 품는다.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일수록, 그 공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공간은 교실과 계단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폭력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폭력이 뿌리내렸던 장소까지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드라마 속 주인공 문동은은 과거 자신이 당했던 끔찍한 학교폭력의 현장을 ‘복수의 무대’로 바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공간이 있다.교실은 단지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상처를 주고받는 폐쇄적 사회였다. 계단은 늘 폭력이 시작되거나, 도망치는 장면이 반복되는 장소였다. 는 이런 일상적 공간들을 통해 감정을 저장하고, 기억을 소환하며, 결국 복수의 근..

드라마 × 공간 2025.07.01

[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① <미스터 션샤인> – 호텔 글로리, 조선의 내면을 품은 이중 공간

속 공간은 말 없는 대사다드라마를 보다 보면 문득 ‘이 장면이 왜 이 공간에서 펼쳐졌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오히려 공간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에서 등장하는 '호텔 글로리'는 그런 공간이다. 이 호텔은 화려한 외형을 갖춘 동시에, 그 속엔 감춰진 긴장과 비밀이 켜켜이 쌓여 있다. 공간 하나가 시대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며, 서사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호텔 글로리는 겉보기엔 조선 말기의 서양식 근대화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은 단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시대의 격랑과 정체성의 균열이 교차하는 중심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글에서는 속 호텔 글로리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드라마 × 공간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