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 6

<사운드트랙 #1> – 겨울의 하숙집, 창밖의 눈빛, 그리고 멜로디가 감정을 들려줄 때

멀어지지 않기 위해 가까워진 시간의 밀도영화 '그남자 작곡 그여자 작사'가 떠오르는 넷플릭스 드라마 ‘사운드트랙 #1’은 사계절 중 가장 감정이 잘 들리는 계절, 겨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짧지만 밀도 있는 서사다. 서로를 오래 알고 지낸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머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랑에 눈떠가는 이 이야기에는 흔한 고백이나 사건이 없다. 대신 감정은 침묵 속에서 차오르고, 작은 대사 한 줄, 시선 한 번, 그리고 음악 한 구절로 그 마음이 전달된다. 특히 주인공 선우(박형식)와 은수(한소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해온 사이지만, 그 관계는 늘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억누르고 유지되어 왔다. 이 드라마는 그러한 경계의 순간들을 음악 작업이라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 녹여내며 보여준다. 은수..

드라마 × 공간 2025.08.07

<브리저튼> – 무도회장의 현란함과 스트링 팝, 감정은 클래식처럼 번져간다

고전 시대극의 외피를 입은 감정의 폭풍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Bridgerton)’은 단순한 고전 시대극의 향수를 넘어, 시각과 청각 모두를 휘감는 감정의 스펙터클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19세기 영국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는, 브리저튼 가문의 형제자매들이 사회적 관습 속에서 사랑과 결혼, 계급,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겉보기에는 고전적인 왕실풍 로맨스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성적 주체성, 감정의 해방, 결혼 제도의 무게 같은 주제가 촘촘히 깔려 있다. 그 감정선은 굳이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이 작품의 감정은 화려한 무도회장, 단정한 응접실, 섬세하게 꾸며진 정원 같은 공간들, 그리고 그곳에서 흐르는 익숙하면서도 ..

드라마 × 공간 2025.08.06

<노다메 칸타빌레> – 연습실과 지휘대 위, 두 청춘이 연주한 음악의 만화경

음악이 말을 대신하던 청춘의 어느 하루‘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ービレ)’는 2006년 후지TV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클래식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유쾌하고 만화적인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며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이름으로도 한국판이 방영된 작품이다.특히 '노다메 칸타빌레'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에 입문 장벽을 허물고 즐거움을 더한 대중 예술물로 완성시켰다. 주인공 ‘치아키 신이치’는 완벽주의 성향의 엘리트 지휘자 지망생이며, ‘노다 메구미(노다메)’는 자유분방하고 감성적으로 연주하는 괴짜 피아니스트다. 이 둘의 만남은 전형적인 ‘정반대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특별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로맨스’ 자체가 ..

드라마 × 공간 2025.08.05

<First Love> – 삿포로의 눈밭 위를 걷던 기억, 우타다 히카루의 멜로디가 흐를 때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을 따라 흐른 첫사랑의 궤적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First Love(ファーストラブ 初恋)’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물으며, 시간의 레이어 속에서 교차하는 감정의 선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한때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진 남녀,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첫사랑이란 이름 아래 지나간 감정을 다시 돌아보는 이 서사는 우타다 히카루의 전설적인 곡 ‘First Love(1999)’와 ‘初恋(2018)’이라는 두 개의 노래를 모티프로 탄생했다. 청춘과 현실, 환상과 고통이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음악을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으며, 마치 한 곡의 서정시처럼 전개된다. 유키(미츠시마 히카리)와 하루미치(사토..

드라마 × 공간 2025.08.04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 같은 집, 같은 음악, 그리고 아주 다른 마음의 속도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관계 실험 드라마’OST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실제 커플로 이어져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는 제목만큼이나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었다. 정규직 취업에 실패한 여주인공 ‘모리야마 미쿠리’가 ‘고용계약 결혼’을 통해 독신주의자 회사원 ‘츠자키 히라마사’의 집에 가사도우미 겸 아내로 들어가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이 아닌 ‘노동 계약’으로 정리되는 이 설정은 현실적인 동시에 매우 신선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유는 단지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반드시 열정에서 시작되는가?’,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유..

드라마 × 공간 2025.08.03

<뷰티풀 라이프> – 너와 나, 조용히 스며든 그 계절의 선율

사랑은 ‘비워내기’로 시작된다 – 뷰티풀 라이프가 던진 질문2000년 눈물샘을 폭발시킨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는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1%를 기록하며 ‘감성 드라마’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남았다. 기무라 타쿠야는 개성 강한 인기 헤어디자이너 ‘오키시마 슈지’를 연기했고, 그의 상대역으로 등장한 다키우치 유코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휠체어 이용자 ‘마치다 쿄코’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로맨스의 시작이 아니라, 각자가 지닌 ‘결핍’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뷰티풀 라이프’는 큰 갈등이나 전형적인 삼각관계 대신, 작은 배려와 침묵,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태도에 집중한다. 특히 쿄코가 가진 신체적 제약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드라마 ..

드라마 × 공간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