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쳐간 공간에 남겨진 감정의 잔상은 감정의 결이 고운 드라마다. 큰 사건 없이도 여운이 남는 이유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최웅과 국연수가 머물던 장소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낡은 학교 교실, 좁은 골목길, 책상에 물감이 묻어 있는 스튜디오, 좁지만 따뜻한 작업실. 이 모든 장소는 극적 장치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특히 이 드라마는 ‘재회’와 ‘시간의 흐름’을 다루기에,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의 표면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돌아온 공간은 같은 장소이지만, 감정은 달라져 있다. 그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만의 정적이고 섬세한 공간 연출이다. 시청자는 주인공들이 ‘예전 그 자리’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