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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⑥<그 해 우리는> – 공간에 스민 감정, 어긋난 시선이 머물던 자리

스쳐간 공간에 남겨진 감정의 잔상은 감정의 결이 고운 드라마다. 큰 사건 없이도 여운이 남는 이유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최웅과 국연수가 머물던 장소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낡은 학교 교실, 좁은 골목길, 책상에 물감이 묻어 있는 스튜디오, 좁지만 따뜻한 작업실. 이 모든 장소는 극적 장치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특히 이 드라마는 ‘재회’와 ‘시간의 흐름’을 다루기에,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의 표면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돌아온 공간은 같은 장소이지만, 감정은 달라져 있다. 그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만의 정적이고 섬세한 공간 연출이다. 시청자는 주인공들이 ‘예전 그 자리’에 다..

드라마 × 공간 2025.07.02

[드라마는 공간으로 말한다] ⑤<호텔 델루나> – 죽음과 미련이 떠도는 기억의 공간

삶과 죽음 사이, 멈춘 공간 델루나드라마는 귀신이 머무는 호텔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판타지 드라마다. 그러나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이 작품은 공간을 통해 감정을 저장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델루나라는 공간은 시계가 멈춰 있는 곳이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장소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후회, 미련, 이별,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이 호텔의 구조와 기능을 통해 서사화된다. 시청자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상 ‘죽음 이후의 공간’이 아닌 ‘감정이 미처 끝나지 못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델루나는 죽은 이들이 잠시 머무는 장소인 동시에, 그들이 떠나지 못하..

드라마 × 공간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