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15

고려대의 가을, '로스쿨'이 남긴 질문 속을 걷다(서울을 걷는 드라마 5)

법과 사람 사이, 질문이 자라는 드라마'로스쿨'은 2021년 JT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로기존의 법정 드라마가 익숙하게 그려온 ‘정의 구현’의 판타지 대신,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사유의 과정에 집중했다.정답보다 질문을, 정리보다 혼란을 택한 이 드라마는정의란 무엇이고,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매회 시청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흘러간 공간은가상의 ‘한국대학교 로스쿨’이지만,실제 촬영지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캠퍼스다.강의가 시작되고, 사건이 벌어지고, 인물이 흔들리고,다시 자리를 잡는 거의 모든 감정의 축이 이 교정 안에서 형성됐다.'로스쿨'은 학교를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았다.교정은 인물들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을 이해해가는감정의..

드라마 × 공간 2025.06.30

공덕의 어느 날, ‘스타트업’이 피워낸 도시의 상상력(서울을 걷는 드라마 4)

'스타트업'이 꿈을 그렸던 서울 한복판의 공간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청년 창업”이라는 드라마로는 다소 생소한 소재를설레임과 현실의 경계 위에서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특히 배수지, 남주혁, 김선호가 연기한 세 인물이서로 다른 상처와 욕망을 품고 성장하는 이야기는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닌, 도전하는 삶의 가치를 되묻는 메시지로 기억됐다.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샌드박스’라는 가상의 창업 지원 센터다.하지만 실제 촬영지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로,낡은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대표적인 도시 재생 공간이자실제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스타트업'속 샌드박스는미래적 감각의 유리 벽과 열린 사무 공간, 옥상 테라스, 커피와 아이디어가 흐르는 휴게..

드라마 × 공간 2025.06.30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용산 이촌동, 한강변 일상과 병원의 경계에서(서울을 걷는 드라마 3)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만들어낸 병원 밖의 풍경들2020년부터 두 시즌에 걸쳐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응급 상황이나 판결 중심의 자극적 전개 대신,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고, 웃고,친구들과 밥 먹고 밴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담담하게 풀어냈다.극 중 주요 배경은 ‘율제병원’이지만,실제로 율제병원의 외관은 서울아산병원을 모티브로 한 세트장이었고,주인공들이 쉬거나 식사하는 장면, 병원을 벗어난 풍경은대부분 용산구 이촌동과 한강변 인근에서 촬영되었다.용산구 이촌동은 서울 안에서도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정갈한 주거지로 유명한 곳이다.특히 동부이촌동 지역은 고급 아파트 단지와 한강공원이 가까이 있고,전체적으로 거리폭이 넓고 조경이 잘 돼 있어드라마 속 인물들이 퇴근 후 감..

드라마 × 공간 2025.06.30

성수동의 어느 오후, ‘멜로가 체질’이 남긴 감정의 자리(서울을 걷는 드라마 2)

‘멜로가 체질’이 보여준 서울의 새로운 감성 풍경, 성수동2019년 방영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유난히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 작품이었다.대중적인 흥행은 크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는 내 얘기 같았다'고 말하는 팬이 많았다.여성 3인의 서툴지만 진솔한 일상과 관계,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감정들이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뭉클하게 전개됐다.이 드라마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공간 활용의 감각이다.등장인물들은 강남이나 홍대 같은 전형적인 드라마 배경지가 아닌,지금의 서울에서 가장 독특한 감성을 가진 성수동에서 삶을 꾸려간다.실제 드라마 속 주인공 임진주(천우희 분)의 집은 성수동 주택가에 있었고,직장 동료들과 모이는 카페, 밤늦게 걷는 골목길,감정이 요동치던 장면들이 하나같이 이 동..

드라마 × 공간 2025.06.29

‘나의 아저씨’ 속 을지로 인쇄골목, 조용한 서울의 진심을 따라(서울을 걷는 드라마 1)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을지로라는 공간의 만남 2018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최근 방영된 드라마 중 손에 꼽히는 감정의 밀도를 가진 작품이었다.이선균과 아이유(이지은)가 각각 '박동훈'과 '이지안'을 연기하며, 상처 입은 두 인물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화제성보다 조용한 파장을 남겼다.이 드라마의 힘은 이야기와 연기, 대사뿐만 아니라 ‘장소의 공기’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장소가 바로 서울 을지로다.을지로는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늘 중심은 아니었다.고층 건물과 번화한 상권 사이로 낡은 간판, 인쇄소, 배달 오토바이, 철제 셔터들이 가득한 이 거리에서, ‘나의 아저씨’는 서울의 진짜 얼굴을 포착했다.드라마에서..

드라마 × 공간 2025.06.29

‘러브레터’ 드라마 속 서울성곽길과 북악스카이웨이, 감성 걷기 코스로 다시 만나다(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 10)

'러브레터'가 남긴 서울의 고요한 길, 기억 속을 걷다2003년 MBC 드라마 ‘러브레터’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 감성 멜로드라마다. 조현병, 입양, 신앙, 삼각관계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선으로 많은 팬을 만들었다. 조현철(조현철 역), 이우진(조현철 역), 이우진(조현철과 경쟁하는 신학생 역), 조이(수애 분) 등 출연진이 만들어낸 잔잔한 분위기는, 당시 드라마 시장에서 이례적일 만큼 문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특히 이 드라마는 서울의 ‘조용한 장소들’을 감성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였다. 남산, 북악스카이웨이, 서울성곽길, 청운공원, 정릉 일대는 극 중 인물들이 감정을 정리하거나 고백을 준비하는 주요 무대가 되었고, 서울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들이 장면..

드라마 × 공간 2025.06.29

‘대장금’ 속 창덕궁과 북촌 한옥마을, 그때와 지금을 걷다(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 9)

‘대장금’이 남긴 공간, 그 시절 서울의 궁궐과 골목2003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극 중 하나로 기록된다. 실제 역사 인물인 장금이를 모티브로 삼은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 궁중 요리와 의학을 소재로 하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이영애가 연기한 ‘장금이’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성실과 인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드라마 속 배경인 궁궐과 전통 골목은 그 자체로 한국 문화의 얼굴이 되었다.이 드라마는 주로 경남 합천의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지만, 극 중에서 서울 장면이 필요한 경우에는 실제 창덕궁과 북촌 일대를 배경으로 활용했다. 장금이가 궁녀로 입궁하거나 중전과의 만남이 이뤄지던 장면, 혹은 궁 밖에서 은밀히 움직이던 인물들의 ..

드라마 × 공간 2025.06.28

‘봄날’ 촬영지로 등장했던 남대문 시장, 20년 후 변화 분석(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 8)

드라마 ‘봄날’이 남긴 정서와 서울의 시장 풍경 200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봄날’은 바닷가 병원을 배경으로 시작해 도시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주인공들의 심리적 치유와 성장 과정을 그린 감성 멜로드라마였다. 고수, 지진희, 이미연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절제된 감정선과 섬세한 연출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제주였지만, 중반 이후 등장인물들이 서울로 올라오면서 남대문 시장 일대가 현실 공간으로 자주 등장했다.특히 고수가 맡은 주인공 ‘고은섭’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던 시장 뒷골목, 포장마차, 재래시장 안 상점, 오래된 철제 셔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당시 서울의 도시적 빈틈과 감성의 여백을 잘 담아낸 부분이었다. 번쩍이는 쇼핑몰이나 강남의 고급 건..

드라마 × 공간 2025.06.28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충무로 골목 풍경의 변화 과정(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 7)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그려낸 서울, 충무로의 어두운 아름다움 2004년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분위기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외 입양아 출신인 무혁(소지섭 분)과 스타 매니저 은채(임수정 분)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 비극적 정서와 도시의 이면을 드러냈고, 시청자들의 깊은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무혁이 머물던 공간, 거닐던 길, 기대 앉았던 골목은 모두 서울 충무로 일대를 중심으로 촬영되었으며, 이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장치였다.충무로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오래된 인쇄골목, 필름 제작소, 필름 현상소, 영화사 사무실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한때 한국 영화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던 곳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에는 이미 쇠..

드라마 × 공간 2025.06.28

‘가을동화’ 촬영지였던 서울 교외 지역,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2000년대 드라마 속 풍경 변화 시리즈 6)

'가을동화'가 남긴 감성과 공간의 기억2000년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는 국내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새롭게 정의한 작품이었다. 송승헌, 송혜교, 원빈의 비극적인 삼각관계와 순수한 사랑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냈고,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이 작품이 유독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유 중 하나는 배경의 감성적인 활용이었다. 탁 트인 들판, 강가 옆 나무길, 버스 정류장, 허름한 시골집 같은 장소들이 화면 가득 담기며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배경과 함께 구성했다.이러한 장소 대부분은 서울 도심이 아닌 서울 교외 지역에서 촬영되었다. 특히 강원도와 경기 북부, 인천 외곽에 걸쳐 있는 시골길이나 오래된 주택, 조용한 학교 운동장 같은 공간은 '자연 속의 서정성'을 강조하며 드라마의 감..

드라마 × 공간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