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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 저택과 바닷가, 시간을 품은 불멸의 공간

시간의 멈춤, 공간이 감정을 보관하는 방식김은숙 작가의 는 죽음을 다루지만 슬프지 않고, 시간을 이야기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 중심엔 ‘공간’이 있다. 이 드라마에서 공간은 살아 움직이는 감정의 저장소이며, 영원과 순간 사이를 이어주는 물리적 통로다. 주인공 김신은 천 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이며, 그의 저택과 주변 공간들은 그 긴 시간 동안 감정을 흡수하고, 기억을 보관하며, 결국 그가 다시 인간적인 감정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도깨비의 저택, 저승사자의 집, 캐나다 퀘벡의 거리, 바닷가 절벽은 각각의 감정이 상징화된 장소이며, 인물 간의 관계 변화에 따라 공간의 느낌도 달라진다.이 드라마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 곡선을 따라 반응하는 유기적 존재임..

드라마 × 공간 2025.07.03

<그 해 우리는> – 공간에 스민 감정, 어긋난 시선이 머물던 자리

스쳐간 공간에 남겨진 감정의 잔상은 감정의 결이 고운 드라마다. 큰 사건 없이도 여운이 남는 이유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최웅과 국연수가 머물던 장소들이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요 무대는 화려하지 않다. 낡은 학교 교실, 좁은 골목길, 책상에 물감이 묻어 있는 스튜디오, 좁지만 따뜻한 작업실. 이 모든 장소는 극적 장치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특히 이 드라마는 ‘재회’와 ‘시간의 흐름’을 다루기에,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의 표면으로 작용한다. 인물들이 돌아온 공간은 같은 장소이지만, 감정은 달라져 있다. 그 미묘한 차이를 표현하는 방식이 바로 만의 정적이고 섬세한 공간 연출이다. 시청자는 주인공들이 ‘예전 그 자리’에 다..

드라마 × 공간 2025.07.02

<호텔 델루나> – 죽음과 미련이 떠도는 기억의 공간

삶과 죽음 사이, 멈춘 공간 델루나드라마는 귀신이 머무는 호텔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판타지 드라마다. 그러나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이 작품은 공간을 통해 감정을 저장하고 치유하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다. 델루나라는 공간은 시계가 멈춰 있는 곳이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장소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후회, 미련, 이별, 그리움 같은 감정들이 이 호텔의 구조와 기능을 통해 서사화된다. 시청자는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귀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실상 ‘죽음 이후의 공간’이 아닌 ‘감정이 미처 끝나지 못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델루나는 죽은 이들이 잠시 머무는 장소인 동시에, 그들이 떠나지 못하..

드라마 × 공간 2025.07.02

<펜트하우스> – 높이 올라갈수록 무너지는 인간성의 구조

공간은 계급을 숨기지 않는다'단순한 막장드라마다'와 '숨겨진 계급 서사와 인간 심리의 구조를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이다'라는 극과 극 평가를 받고 있는 드라마. 이 드라마가 자극적인 막장을 넘어 숨겨진 계급 서사와 인간 심리의 구조를 섬세하게 설계한 작품이라고 평을 받는 이유는 바로 공간의 수직적 구조이다. ‘헤라팰리스’라는 100층 초고층 아파트는 단지 고급 주거 공간이 아니라, 명확한 계급 피라미드의 상징물로 설정되어 있다. 드라마는 공간의 물리적 높이와 인물의 사회적 지위, 심리 상태를 치밀하게 일치시키며 시청자에게 시각적으로 계급 갈등과 욕망의 밀도를 전달한다.드라마의 첫 장면부터 시청자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죽음’을 목격한다. 이는 단지 쇼킹한 장면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폭력성과 권력의 ..

드라마 × 공간 2025.07.01

<응답하라 1988> – 골목과 대문, 공동체를 품은 기억의 공간

따뜻했던 기억은 언제나 ‘공간’에서 시작된다우리가 과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있다면 그 속에 깃든 공기, 소리, 색감, 냄새 같은 것들이 감정을 먼저 자극한다.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공간의 힘 덕분이었다. 쌍문동 골목길과 집 앞 대문, 그 앞에 놓인 작은 평상과 담벼락은 단순한 드라마 세트가 아니라 감정을 저장하고 관계를 잇는 ‘기억의 장치’였다. 특히 이 드라마는 특정 인물의 서사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세대의 정서를 포용한 점에서 공간이 전달하는 감정의 폭도 그만큼 넓었다. 아이들의 우정, 부모들의 고단함, 형제간의 갈등, 그리고 이웃 간의 정은 모두 골목이라는 공유된 공간 안에서 켜켜이 쌓였다.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한때 우리가 살았던, 혹은 살..

드라마 × 공간 2025.07.01

<더 글로리> – 교실과 계단, 상처 위에 세운 복수의 무대

복수는 기억이 머무는 공간에서 시작된다사람에게 공간은 기억을 품는다.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일수록, 그 공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는 공간은 교실과 계단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폭력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폭력이 뿌리내렸던 장소까지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드라마 속 주인공 문동은은 과거 자신이 당했던 끔찍한 학교폭력의 현장을 ‘복수의 무대’로 바꾼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공간이 있다.교실은 단지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상처를 주고받는 폐쇄적 사회였다. 계단은 늘 폭력이 시작되거나, 도망치는 장면이 반복되는 장소였다. 는 이런 일상적 공간들을 통해 감정을 저장하고, 기억을 소환하며, 결국 복수의 근..

드라마 × 공간 2025.07.01

<미스터 션샤인> – 호텔 글로리, 조선의 내면을 품은 이중 공간

속 공간은 말 없는 대사다드라마를 보다 보면 문득 ‘이 장면이 왜 이 공간에서 펼쳐졌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오히려 공간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에서 등장하는 '호텔 글로리'는 그런 공간이다. 이 호텔은 화려한 외형을 갖춘 동시에, 그 속엔 감춰진 긴장과 비밀이 켜켜이 쌓여 있다. 공간 하나가 시대의 분위기를 압축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며, 서사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호텔 글로리는 겉보기엔 조선 말기의 서양식 근대화 공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곳은 단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시대의 격랑과 정체성의 균열이 교차하는 중심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글에서는 속 호텔 글로리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드라마 × 공간 2025.07.01

고려대의 가을, '로스쿨'이 남긴 질문 속을 걷다(서울을 걷는 드라마 5)

법과 사람 사이, 질문이 자라는 드라마'로스쿨'은 2021년 JT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로기존의 법정 드라마가 익숙하게 그려온 ‘정의 구현’의 판타지 대신,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뇌와 사유의 과정에 집중했다.정답보다 질문을, 정리보다 혼란을 택한 이 드라마는정의란 무엇이고,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매회 시청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다.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흘러간 공간은가상의 ‘한국대학교 로스쿨’이지만,실제 촬영지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캠퍼스다.강의가 시작되고, 사건이 벌어지고, 인물이 흔들리고,다시 자리를 잡는 거의 모든 감정의 축이 이 교정 안에서 형성됐다.'로스쿨'은 학교를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았다.교정은 인물들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자신을 돌아보며, 타인을 이해해가는감정의..

드라마 × 공간 2025.06.30

공덕의 어느 날, ‘스타트업’이 피워낸 도시의 상상력(서울을 걷는 드라마 4)

'스타트업'이 꿈을 그렸던 서울 한복판의 공간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스타트업'은“청년 창업”이라는 드라마로는 다소 생소한 소재를설레임과 현실의 경계 위에서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특히 배수지, 남주혁, 김선호가 연기한 세 인물이서로 다른 상처와 욕망을 품고 성장하는 이야기는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닌, 도전하는 삶의 가치를 되묻는 메시지로 기억됐다.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샌드박스’라는 가상의 창업 지원 센터다.하지만 실제 촬영지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로,낡은 공공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대표적인 도시 재생 공간이자실제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스타트업'속 샌드박스는미래적 감각의 유리 벽과 열린 사무 공간, 옥상 테라스, 커피와 아이디어가 흐르는 휴게..

드라마 × 공간 2025.06.30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용산 이촌동, 한강변 일상과 병원의 경계에서(서울을 걷는 드라마 3)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만들어낸 병원 밖의 풍경들2020년부터 두 시즌에 걸쳐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응급 상황이나 판결 중심의 자극적 전개 대신,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고, 웃고,친구들과 밥 먹고 밴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담담하게 풀어냈다.극 중 주요 배경은 ‘율제병원’이지만,실제로 율제병원의 외관은 서울아산병원을 모티브로 한 세트장이었고,주인공들이 쉬거나 식사하는 장면, 병원을 벗어난 풍경은대부분 용산구 이촌동과 한강변 인근에서 촬영되었다.용산구 이촌동은 서울 안에서도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정갈한 주거지로 유명한 곳이다.특히 동부이촌동 지역은 고급 아파트 단지와 한강공원이 가까이 있고,전체적으로 거리폭이 넓고 조경이 잘 돼 있어드라마 속 인물들이 퇴근 후 감..

드라마 × 공간 202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