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은 음악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는 설계도였다에 등장하는 공연장은 음향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누가 통제하고 누가 반응하는지를 명확하게 가시화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지휘자의 자리는 무대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 위에 놓인 경계에 가까우며, 포디엄이라는 단차는 물리적인 높이보다 더 큰 상징을 품고 있다. 한 사람이 팔을 들면 수십 명이 반응하고, 관객은 그 움직임 하나에 긴장을 조율한다. 여기서 음악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통제의 언어다. 무대 위에 설치된 반사판은 소리를 퍼뜨리기 위한 장치이면서도, 지휘자의 해석이 어디까지 닿는지를 눈으로 보여주는 권력의 확성기 역할을 한다. 작품 속 차세음은 바로 이 공간의 질서를 가장 정밀하게 해석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그녀의 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