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담는 그릇, 공간이 기억을 대신 말하다는 처음 봤을 때는 시간 판타지물로 갑자기 노인이 되어버린 혜자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혜자의 진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의 무게와 의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조용하게 말해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핵심에는 공간이 있다. 등장인물들은 극적인 장소 이동 없이도 삶의 변화를 겪는다. 대부분의 장면이 집, 동네 골목, 작은 병원, 카페와 같은 일상적인 장소에서 진행되며, 그 익숙한 공간이 시청자에게 더욱 깊은 감정적 울림을 준다. 특히 혜자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그동안 등장한 공간의 의미는 완전히 뒤집히며 새롭게 해석된다. 익숙했던 장소는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고, 단순한 배경이라 여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