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 31

〈오늘도 사랑스럽개〉 – 교실, 아직 끝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는 곳

‘학교’는 끝났는데 ‘감정’은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MBC 는 말랑한 제목과는 달리 꽤 묵직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해나는 키스하면 개로 변한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저주에 걸려 있는데, 주인공 해나는 이러한 저주로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무언가를 숨기게 되고 진짜 감정을 말하기보다 ‘그냥 웃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상징한다.그 시작은 교실이다.누군가에게 무심한 말 한 마디, 이유 없이 당한 소외 혹은 감정을 고백하고 돌아온 침묵의 순간들이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 아직도 남아 있다. 20대가 된 지금, 학교는 물리적으로는 멀어졌지만 감정적으로는 완전히 졸업하지 못한 공간이다. 누군가 다가오면 한 발 물러서게 되고 사소한 친절에도 조심스러워지는 건 과거에 겪은 작은 상처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기 때..

드라마 × 공간 2025.07.13

〈스물다섯 스물하나〉 – 체육관과 옥탑방, 우리도 그 어딘가에 살았었다

체육관, ‘나는 여기 있다’고 외치던 그 시절드라마 는 1998년 슬품과 좌절이 가득하던 시대에 빛이나는 청춘들의 평범한 이야기고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더 아픈 이야기다. 체육관 바닥의 먼지, 휘어진 철봉, 무채색 옥탑방의 벽지처럼 이 드라마는 삶의 일부였던 공간들을 너무 정직하게 보여준다. 그 시절, 우리 역시 매일을 살아냈다. 무언가 되겠다는 생각은 막연했고,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땀은 흘렸고, 가슴은 떨렸고, 세상은 확실히 낯설었다.체육관은 나희도가 모든 걸 던지던 공간이다. 말 그대로 몸을 던져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던 곳. 지금 40대에게도 그런 체육관이 있었다. 누군가는 회사였고, 누군가는 강의실이었고, 누군가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자취방 안의 책상이었다. 어쨌든 그곳에서 우리는..

드라마 × 공간 2025.07.12

〈닥터 차정숙〉 – 병원은 일터였을까, 인생의 갱도였을까

병원 복도는 늘 걸어만 다녔지, 멈춰서 본 적 없었다드라마 을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병원’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다가온다. 우리는 병원을 늘 아플 때만 찾는데 그곳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진료받고, 치료받고, 가급적이면 빨리 빠져나가야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병원을 ‘일터’로 그린다.더 정확히 말하면, 한 중년 여성이 다시 살아나는 무대로 보여준다. 주인공 차정숙은 20년 동안 내조와 육아에 인생을 바쳤지만, 남편의 외도와 건강의 위기를 맞으면서 결국 자신을 찾아간다. 그리고 선택한 건, 의과대학 졸업 후 포기했던 ‘레지던트의 길’.이제 병원은 그녀에게 인생 2막의 시작점이자 감정의 재건축 현장이다. 우리가 그동안 스쳐 지나간 병원 복도의 불빛 아래서, 이 드라마는 아주 천천히, 차정숙의 감정과 ..

드라마 × 공간 2025.07.11

〈마당이 있는 집〉 – 그 마당은 왜 자꾸 불안을 심었을까

이상적인 공간의 낯선 그림자2023년 Genie TV에서 방영된 은 우리가 늘 꿈꿔왔던 공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넓은 거실,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 계절마다 다른 빛을 품는 마당 — 이 집은 ‘성공한 삶’의 완성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완벽한 집에서 주인공은 점점 낯선 기운을 느끼고, 그 낯섦은 곧 불안이 되고, 폭력이 되고, 의심이 된다.왜 마당 있는 집이어야 했을까?은 제목부터 그 공간을 말하지만, 실제로 이 드라마가 말하고 싶은 건 ‘집’이 아니라 집 안에 스며든 감정의 균열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마당이라는 이상적인 공간에 투사된 시대의 욕망에서 시작된다. 마당은 자유로운가, 통제받는가마당은 원래 자연과 가장 가깝게 닿는 공간이다. 도시 아파트의 베란다나, 빌라의 공용 마당과는 다른, 전유..

드라마 × 공간 2025.07.10

〈폭싹 속았수다〉 – 제주집, 낭만의 껍질 아래 숨겨진 노동의 풍경

가 그려낸 ‘제주’는 여전히 이상향일까는 1950년대~현재까지 제주를 배경으로, 세대를 이어 여성이자 어머니의 삶을 제주 방언과 감성으로 담아낸 드라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가장 묵직한 특징은 제주라는 공간이 더 이상 낭만만을 상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흔히 제주 하면 떠오르는 ‘자연, 평화, 쉼’의 이미지를 넘어서 는 제주 안에 숨겨진 가부장제의 권력, 여성의 고된 노동, 억눌린 감정을 조용히 펼쳐 보인다.특히 공간 배치는 애순이의 삶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낸다.초가집의 낮은 천장, 벽 없는 방 구조, 외부에 노출된 부엌과 우물 그리고 마당을 중심으로 서로의 시선이 쉽게 닿는 생활 동선은 사적 공간이 거의 존재하지 않던 시대의 감정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제주 초가집은 쉼의 공간이 아닌 노동의 현장이었..

드라마 × 공간 2025.07.09

〈눈물의 여왕〉 – 퀸즈 저택, 화려함 속 감정이 사라진 시대

속 집은 모든 걸 가졌지만, 말할 수 없었다2024년 상반기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은 단순한 재벌가 로맨스의 틀을 벗어나 가족, 자본, 사랑, 고립이라는 테마를 공간 안에서 풀어낸 드라마다.주인공 홍해인은 재벌 3세이자 그룹의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으나,그녀가 사는 퀸즈 저택은 감정의 교류가 단절된 공간으로 묘사된다.그곳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가진 집”이지만,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감정을 꺼내지 못하는 시대의 표본이다.말보다 체면, 위로보다 거리, 사랑보다 통제가 먼저인 이 집은지금의 한국 사회 특히 상류층, 엘리트 가족, 고립된 성공 모델의 단면을 공간 구조로 시각화해 보여준다. 퀸즈 저택, 감정이 침묵하는 건축 구조홍해인가족이 사는 집은 시각적으로는 ‘완벽함’에 가까운 공간이다.대리석 ..

드라마 × 공간 2025.07.08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로펌 '한바다', 세상과의 첫 인사

한바다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다, 구조화된 심리의 무대다드라마 에서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신입 변호사로, 로펌 ‘한바다’에 입사하며 사회와의 첫 본격적인 접촉을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녀가 ‘일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 속에서 감정과 관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다.한바다의 내부 공간은 단순히 근무 공간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영우가 감각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과, 조직이라는 사회 구조가 만나는 접점이 된다. 사무실의 구조, 책상의 배치, 회의실의 분위기, 복도의 이동 동선, 엘리베이터의 구조까지 모두가 하나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 드라마는 ‘공간 배치’ 그 자체로 인물의 정서적 흐름을 설계하며, 시청자가 그 분위기를 시각적으..

드라마 × 공간 2025.07.08

<나의 해방일지> – 집과 역, 그 사이에서 외치던 해방의 공간

공간이 짓누르는 삶, 해방의 시작... 는 특별한 인물도 특별한 사건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긴 드라마다. 그 이유는 인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연기처럼 흐르는 지하철 연기와도 같은 삶,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하는 ‘출퇴근’이라는 물리적 구조, 그리고 집에서 직장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반복의 동선은 주인공들의 감정적 무력감을 압축해 보여준다.경기도 산포, 서울로 향하는 장거리 통근,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돌아와 앉는 식탁 앞.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 속에서, 인물들은 점점 ‘자신 없음’을 말하게 되고, 해방을 외치기까지의 감정적 축적은 모두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 드라마는 그들의 말보다 먼저, 그들이 놓인 공간이 얼마나 외롭고 무거운지를 먼저 보여준다. 집 – 편..

드라마 × 공간 2025.07.07

<무브 투 헤븐> – 남겨진 물건과 공간이 말해주는 마지막 이야기

말이 없던 공간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죽음은 흔히 끝이라고 생각되지만 은 그 끝을 말없이 정리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죽음이 남긴 이야기의 시작을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고인의 삶을 정리하는 ‘트라우마 정리사’라는 특수한 직업을 중심으로, 남겨진 공간이 어떻게 한 사람의 전부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았던 공간이다. 극 중 정리사 한그루는 고인의 방, 책상, 서랍, 벽 한켠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말하지 못했던 사연을 찾아내고, 마침내 남겨진 사람에게 전달한다. 시청자는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이 떠난 후에도 그 공간은 여전히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은 그런 공간을 말이 없는 증인으로 활용하며, 말보다 깊은 감정을 전한다. ..

드라마 × 공간 2025.07.07

<아는 와이프> – 집안 인테리어 변화로 본 시간의 흐름

집은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기억한다2018년 tvN에서 방영된 는 한 남자가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며 벌어지는 ‘시간 리셋 판타지’다. 주인공 차주혁이 선택을 바꾸자, 아내가 바뀌고 삶의 조건도 바뀌며,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단순히 사람이 바뀌는 것보다 더 섬세하게 관찰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집’이라는 공간의 변화다.주혁이 과거를 바꾸기 전과 후의 집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단순히 가구만 바뀐 것이 아니라, 공간의 구조, 색감, 빛의 흐름까지 인물의 심리와 삶의 방향을 정직하게 반영한다. 이 드라마는 말보다 공간으로 감정을 말하는 작품이다. 집은 등장인물의 관계 온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분위기 또한 차갑고 따뜻하게 바뀐다. 시청자는 ..

드라마 × 공간 2025.07.06